계약서에 이자율을 안 썼는데 이자를 받을 수 있을까
지인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이자에 대해 따로 정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몇 달 뒤 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까지 고려하게 됐는데, "계약서에 이자율을 안 적었으니 이자는 아예 못 받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사자끼리 이자율을 정하지 않았어도 법이 정한 '법정이율'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문제는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법정이율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개인 간 사적인 대여인지, 사업자 간 상거래인지, 이미 소송이 걸려 있는 단계인지에 따라 연 5%, 6%, 12% 세 가지 이율 중 하나가 적용됩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청구할 수 있는 이자를 실제보다 적게 계산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채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적용되는 이율을 미리 알아야 소송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2026년에도 유지되는 세 가지 법정이율
| 근거법 | 이율 | 적용 상황 |
|---|---|---|
| 민법 제379조 | 연 5% | 개인 간 금전 대여 등 일반 민사채권(약정이 없을 때) |
| 상법 제54조 | 연 6% | 상인 간 상행위로 발생한 채무(사업자 간 거래 등) |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 연 12% |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대통령령으로 정한 이율) |
헌법재판소는 민법·상법의 법정이율을 5%, 6%로 고정한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고, 이 이율 체계는 2026년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경제 상황에 맞춰 법정이율을 변동시키는 방식으로 민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향후 이율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부터 국회에서는 66년째 고정된 민법의 법정이율을 시장금리에 연동해 변동시키는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2026년 현재까지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시행일도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지금 이자를 계산할 때는 기존의 고정 이율(민법 5%, 상법 6%, 소송촉진법 12%)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 기간을 나눠 계산해야 하는가
법정이자는 원금×이율×(기간÷365)로 계산하는 단순 연이율 방식입니다. 문제는 하나의 채권이라도 시점에 따라 다른 이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돈을 빌려준 시점부터 소장을 보내기 전까지는 민법(또는 상법) 이율이 적용되고, 소장 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상 연 12%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정확한 이자를 구하려면 전체 기간을 한 번에 계산하지 말고, 이율이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구간을 나눠 각각 계산한 뒤 더해야 합니다. 이 계산기는 한 구간의 이자를 계산하는 도구이므로, 이율이 바뀌는 사건이라면 구간별로 두 번 이상 계산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사례로 보는 구간별 계산
2025년 10월 1일에 1,000만원을 빌려주고 갚지 않아, 2026년 4월 20일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겠습니다. 대여일부터 소장 송달일(2026년 4월 25일로 가정)까지는 약 206일이고, 개인 간 대여이므로 민법 이율 5%가 적용됩니다. 이자는 1,000만원×5%×(206÷365)로 약 28만 2,192원입니다.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일(2026년 9월 20일로 가정)까지는 약 148일이며, 이 구간은 소송촉진법 이율 12%가 적용됩니다. 이자는 1,000만원×12%×(148÷365)로 약 48만 6,575원입니다. 두 구간을 더하면 총 지연손해금은 약 76만 8,767원이 되고, 여기에 원금 1,000만원을 더한 1,076만 8,767원이 청구 가능한 총액입니다.
만약 이 대여가 개인 간이 아니라 두 사업자 사이의 물품대금 채무였다면, 소장 송달 전까지는 상법 이율 6%가 적용됩니다. 같은 206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00만원×6%×(206÷365)로 약 33만 8,630원이 되어, 민법 이율로 계산했을 때보다 약 5만 6,438원 더 많습니다. 채권의 성격에 따라 같은 기간이라도 이자 차이가 이렇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놓치기 쉬운 함정
첫 번째 함정은 약정이자가 있는데도 법정이율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이자율을 정해뒀다면 그 약정이율이 우선 적용되며, 법정이율은 약정이 없을 때만 씁니다. 다만 개인 간 금전소비대차의 약정이자는 이자제한법상 연 20%를 넘을 수 없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입니다.
두 번째는 민법과 상법 이율을 헷갈리는 것입니다. 개인 간 사적인 대여는 민법 5%이지만, 사업자가 사업 목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빌려준 경우처럼 상행위로 인한 채무는 상법 6%가 적용됩니다. 어느 쪽인지 애매하다면 계약의 목적과 당사자의 지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소송촉진법 이율의 기산일을 잘못 잡는 것입니다. 연 12%는 소송을 제기한 날이 아니라, 소장 부본이 상대방에게 실제로 송달된 다음 날부터 적용됩니다. 송달일을 확인하지 않고 소제기일부터 12%로 계산하면 실제보다 이자가 부풀려집니다.
네 번째 함정은 이자에 또 이자를 붙이는 것입니다. 법정이자는 원칙적으로 단리로 계산하며, 미지급 이자에 대해 다시 이자를 청구하는 복리 계산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인정되지 않습니다. 밀린 이자가 오래 쌓였다고 해서 그 이자에 다시 법정이율을 곱해 청구하면 과다 청구가 됩니다.
결론 — 이 계산기로 확인할 것
법정이자를 계산할 때는 먼저 약정이자가 있는지, 있다면 이자제한법 상한(연 20%)을 넘지 않는지부터 확인하고, 없다면 민사채권인지 상사채권인지를 가려 5%와 6% 중 맞는 이율을 골라야 합니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소장 송달일을 기준으로 구간을 나눠, 그 이전은 민법·상법 이율로, 그 이후는 소송촉진법 12%로 각각 계산한 뒤 합산하는 것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