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이 섞인 선택 앞에서 필요한 숫자
복권을 살지 말지, 자동차보험에서 자기부담금이 낮은 특약을 넣을지, 사내 이벤트에서 경품 확률표를 어떻게 짤지 — 이런 결정은 결과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확률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립니다. 이때 "평균적으로 얼마를 받는가"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한 것이 기댓값입니다. 기댓값은 각 결과의 금액에 그 결과가 일어날 확률을 곱해 모두 더한 값으로, 도박이나 보험료 산정, 투자 의사결정에서 가장 먼저 계산하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사내 럭키드로우 이벤트를 설계하는 담당자라면, 1등 상금을 얼마로 정하고 당첨 확률을 몇 %로 잡아야 예산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지를 기댓값으로 역산합니다. 참가자 입장에서도 "이 이벤트에 응모할 가치가 있는가"를 기댓값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계산법 — 금액과 확률을 곱해서 더한다
기댓값(E)의 공식은 단순합니다. 일어날 수 있는 결과가 여러 개일 때, 각 결과의 값(v)에 그 결과의 확률(p)을 곱한 뒤 모두 더하면 됩니다. 수식으로 쓰면 E = v₁×p₁ + v₂×p₂ + v₃×p₃ + … 이고, 이때 모든 확률의 합은 반드시 100%(1)가 되어야 합니다. 확률의 합이 100%를 넘거나 못 미치면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어딘가 빠뜨린 경우의 수가 있거나 확률을 잘못 배분했다는 뜻입니다.
기댓값은 "다음 1회 시행에서 정확히 이 금액을 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조건으로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했을 때 평균적으로 수렴하는 값입니다. 1회성 도박이나 단발성 이벤트에서는 실제 결과가 기댓값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기댓값 해석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확률분포 예시로 보는 계산 구조
아래는 세 가지 결과가 있는 확률분포를 표로 정리한 예시입니다. 응모권 하나당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상금을 계산하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 결과 | 금액 | 확률 | 기여분(금액×확률) |
|---|---|---|---|
| 1등 | 100,000원 | 10% | 10,000원 |
| 2등 | 10,000원 | 30% | 3,000원 |
| 꽝 | 0원 | 60% | 0원 |
세 기여분을 더하면 13,000원이 기댓값입니다. 응모권 한 장의 원가가 13,000원보다 낮으면 참가자 입장에서 수학적으로는 유리한 게임이고, 반대로 원가가 이보다 높으면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 13,000원이 인당 예산이 됩니다.
분산과 표준편차 — 평균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기댓값이 같아도 결과의 변동 폭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항상 13,000원을 준다"와 "10%는 10만원, 60%는 0원을 준다"는 기댓값이 같아도 체감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변동 폭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 분산과 표준편차입니다. 분산은 각 결과가 기댓값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제곱해 확률로 가중평균한 값이고, 표준편차는 분산에 제곱근을 씌워 원래 단위(금액)로 되돌린 값입니다.
표준편차가 클수록 결과가 기댓값 주변에 몰리지 않고 넓게 흩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위 응모권 사례처럼 대부분 0원이고 가끔 큰 금액이 나오는 구조는 표준편차가 기댓값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상품을 비교할 때도 기대수익률(기댓값)이 같다면 표준편차가 작은 쪽이 더 안정적인 선택으로 평가받습니다.
사례로 보는 전체 계산
위 표의 수치를 그대로 계산기에 넣으면 기댓값은 13,000원이고, 분산은 각 항의 (금액-13,000)²×확률을 더한 값으로 산출됩니다. 1등 항목은 (100,000-13,000)²×0.1 = 757,000,000, 2등 항목은 (10,000-13,000)²×0.3 = 2,700,000, 꽝 항목은 (0-13,000)²×0.6 = 101,400,000이며 세 값을 더하면 분산은 약 8억 6,110만(원²)이 됩니다. 여기에 제곱근을 씌우면 표준편차는 약 29,344원으로, 기댓값 13,000원보다도 큰 변동성을 보입니다. 숫자 하나(기댓값)만 보고 "평균 13,000원짜리 이벤트"라고 판단하면 실제 체감 변동성을 놓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댓값을 볼 때 흔한 착각
기댓값이 양수라고 해서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 범위, 시행 횟수, 심리적 부담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 번뿐인 큰 결정(예: 목돈 투자)에서는 기댓값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와 표준편차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반복 시행이 가능한 상황(대수의 법칙이 작동하는 보험료 산정, 대량 마케팅 이벤트)에서는 기댓값이 실제로 수렴하므로 신뢰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확률의 합이 100%가 되는지부터 확인하고, 기댓값과 표준편차를 함께 보는 습관이 확률이 섞인 의사결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점검 절차입니다.
보험료 산정에도 쓰이는 원리
기댓값 계산은 게임이나 이벤트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정하는 방식도 본질적으로 같은 계산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1%이고 진단 시 보험금 1,000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을 설계한다면, 보험사가 이 계약 1건에서 지급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액(순보험료)은 1,000만원×1%=10만원입니다. 여기에 사업비와 이윤을 더해 실제 보험료를 정합니다. 가입자 한 명 한 명은 병에 걸릴 수도, 안 걸릴 수도 있어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가입자가 수만 명 모이면 실제 지급액 총합이 기댓값(가입자 수×10만원)에 가깝게 수렴합니다. 이것이 대수의 법칙이며, 보험이라는 산업 자체가 기댓값 계산 위에서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